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현장탐방
연재 -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14)성벽에 오르는 적의 등 뒤를 공격하는 치(雉)

‘치(雉)’란 꿩을 말하는 것이다. 화성에는 치라고 부르는 시설물이 있다. 성벽을 쌓다가 일정 간격을 두고 밖으로 튀어나온 시설물이다. 이 치는 꿩이 자신의 몸을 숨기고 주변을 돌아 보 듯, 그렇게 자신을 숨기고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구조물이다. 밖으로 돌출된 이 치는 여장을 두르고 총안을 내어, 성벽으로 기어오르는 적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원래 화성에는 11개의 치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화성에서 볼 수 있는 치는 열 개다. 화성 동문에서 시작해 좌측으로 성을 한 바퀴 돌면, 동일치서부터 만나기 시작한다. 동일치, 동이치, 동삼치, 남치가 있고, 산 위로 오르는 용도라고 불리는 길에 용도동치와 용도서치가 있다. 그리고 서장대를 지나 동문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서삼치, 서이치, 서일치와 북동치가 있다.

다양한 기능을 갖는 화성의 치.

성 밖으로 돌출된 구조물을 단순히 치만을 생각하면 안 된다. 치성을 쌓은 후에 그 위에 포루와 적대 등을 설치했기 때문에 기실 화성의 치와 같은 기능을 갖고 있는 구조물은 그 배나 많기 때문이다. 이 치는 일정한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축조한 화성이기에 그 지형에 맞는 곳에 치가 있다.

치의 총안을 통해서 성벽을 보면, 성벽 전체가 보인다. 치와 치, 혹은 치와 포루 사이에서 성벽을 오르기란 불가능하다. 성벽을 타고 오르려고 한다면 앞뒤에서 날아오는 화살 등을 막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공성무기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성, 그것이 바로 화성이다.

치롤 돌아보면 화성을 알게 된다.

열 곳의 치성은 그 크기가 같은 것이 아니다. 지형에 따라 크기가 다르고 총안의 각도가 다르다. 한 마디로 이 치성 안에 숨어 성벽을 오르는 적을 공격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시설물이다. 치성 안에 들어가 총안으로 밖을 본다. 건너편 포루가 보인다. 저 포루와 이곳 치성 사이에는 성벽이 한 곳도 그늘진 곳이 없다. 그만큼 완벽하게 쌓은 성이다.

화성을 돌아보면서 늘 하는 생각이다. 만일 이 성에서 정말로 전쟁을 했다고 한다면 아마 그 누구도 이곳을 함락시키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총안을 통해 적의 뒤를 공격하고, 치성으로 오르려고 하면 치의 바닥에 나 있는 구멍에 끓는 기름을 붓거나 끓는 물을 부어 적이 성벽을 타고 오르지 못하게 만든다.

누구도 성벽을 탈 수 없다.

이렇게 완벽한 성은 없다. 이런 치의 용도로 인해 화성이 더욱 더 난공불락의 성이 되는 것이다. 그저 성벽을 쌓다가 돌출을 한 것이 아니고, 성의 방어하고 적을 섬멸하게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이 치성을 한 곳 한 곳 돌아보면 화성의 동선이 그대로 들어난다. 꼭 있어야 할 곳에 치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죽음을 각오하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치가 있어 적어도 화성에서 전투를 한다고 하면 성안의 군사들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적을 공격할 수가 있다. 그래서 꿩이라고 하는 ‘치성(雉城)’이라고 이름을 붙였나보다. 적에게 나를 들어 내놓지 않고 적을 살피는 꿩과 같이.

열 곳의 치와 포루와 적대. 그 모든 것은 꼭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한다. 일정한 거리가 아닌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한다. 화성이 제일의 성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작은 구조물인 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저작권자 © 수원복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주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Back to Top